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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에 안도한 스무 살 — 연수 종양 수술과 건강보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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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과 새벽 사이 갈림길에 선 젊은이를 상징하는 추상 일러스트

스무 살, 인생에서 가장 반짝여야 할 시기에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지팡이가 필요했고, 젓가락을 들지 못했으며,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모두가 "기분 탓일 거야", "체력이 떨어졌나 봐"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진짜 원인이 밝혀진 날, 그는 오히려 "안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나쁜 소식 앞에서 안도할 수 있다는 것 — 도대체 그가 그 전에 어떤 시간을 통과해 온 걸까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

가장 무서운 병은 이름 없는 병입니다. 이름이 없으면 증거도 없고,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아프다고 말해도 "예민한 거 아니야?"라는 한마디로 끝나버리니까요.

료스케라는 이 청년의 첫 증상은 다리였습니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지팡이를 짚어야 걸을 수 있었죠. 그다음은 손이었습니다. 악력이 사라져 젓가락을 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성대와 혀, 목 근육이 조금씩 마비되면서 발음이 뭉개졌고, 폐활량이 줄어드는 느낌까지 왔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액체도 고체도 삼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원인 모를 증상과 고독감을 표현한 추상적 인물 해체 일러스트

의사들은 처음엔 루게릭병을 의심했습니다.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는 진행성 신경계 질환이죠. 하지만 검사를 해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그의 몸은 계속 무너져 갔고, 마음은 몸보다 먼저 지쳤습니다.

훗날 그가 담담하게 꺼낸 말이 유독 아프게 남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내가 아픈 게 거짓말이거나 기분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누군가 그렇게 말할까 봐 무서웠어요."

병 그 자체보다, 병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는 고백입니다. 아프다는 사실이 오해받을까 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까 봐. 원인 불명의 시간은 몸을 갉아먹는 동시에 존재의 정당성마저 흔들어 놓습니다.

뇌종양 진단, 나쁜 소식인데 왜 안도했을까

CT 검사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그를 의사가 급히 호출했습니다. 화면 속 그림자, 그것은 뇌 안에 자리 잡은 종양이었습니다. 의사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며 즉시 입원을 권했고, 수술은 다음 날로 잡혔습니다.

보통이라면 절망할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뇌종양이라고 들었을 때 납득할 수 있었고, 원인이 밝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폭풍 구름을 뚫고 내리치는 빛줄기로 표현한 역설적 안도의 상징 이미지

이 안도는 결코 병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얼마나 절박한 어둠 속을 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에 가깝습니다. 원인이 있다는 것, 눈에 보이는 형체가 있다는 것 — 그것만으로도 '싸울 수 있는 대상'이 생긴 셈이니까요. 이름을 얻은 두려움은 이제 더 이상 유령이 아닙니다.

그가 수술 전 가장 아쉬워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시나요. 수술이 무섭다는 말보다 먼저 나온 문장은 이랬습니다.

"3일 뒤가 성인식인데, 그 이후에 수술받으면 안 되나요?"

담당 의사에게 곧바로 거절당했지만, 이 물음에는 스무 살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수술을 앞두고도 성인식에 가고 싶다는 것 — 삶에 대한 미련이라기보다, 아주 평범한 20살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었을 겁니다.

연수(延髓), 뇌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습니다. 종양의 위치가 하필 연수(Medulla) 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연수는 뇌간의 가장 아래쪽, 척수와 이어지는 부위입니다. 오감과 운동·감각 신경, 심지어 호흡과 심박까지 이곳을 통해 조절됩니다. 뇌종양 수술 중 가장 까다로운 종류가 바로 이 연수에 생긴 종양이죠. 대뇌 표면의 종양은 두개골을 열고 걷어내면 되지만, 연수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오감이 사라지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뇌간과 신경망의 섬세함을 표현한 빛나는 추상 신경 네트워크 일러스트

더 안타까운 사실도 있었습니다. 그의 경우 신경다발이 일반적인 위치보다 더 가운데로 몰려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통상적인 방식으로 종양의 중앙을 절개했다면 오감 전체가 사라졌을 수도 있었죠. 의료진은 신중히 접근했지만, 그 대가로 3cm 크기의 종양 중 1cm만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2cm는 지금도 그의 몸속에 남아 있습니다.

수술 전날, 그는 "수술 중에 못 깨어날 수도 있다"는 고지를 받고 서명했습니다. 스무 살에 이런 서명을 한다는 것이 어떤 무게인지, 대부분의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전신 마취에서 깨어나면 수술도 끝나 있겠지, 그런 마인드로 임하는 게 결과도 좋을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합니다.

하루 61만 원, 건강보험이 없었다면

수술 이후 그는 남은 종양을 억제하기 위해 매일 약을 복용합니다. 이 약의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하루 약 61만 원. 1년이면 약 2억 2천만 원.

숫자만 보면 숨이 턱 막힙니다. 웬만한 도시 근로자의 몇 년치 연봉이 약값으로 사라지는 셈이죠. 온전히 자비로 감당해야 한다면, 치료라는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건강보험 제도의 보호망을 상징하는 퍼즐 쉴드 아래 작은 인물 일러스트

그를 살린 건 수술 실력만이 아니었습니다.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산정특례 제도 덕분에, 월 최대 부담금은 약 115만 원 수준으로 묶였습니다.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하루 61만 원과 월 115만 원 사이의 간극은 삶과 죽음의 간극이기도 합니다.

매달 급여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는 그저 세금처럼 느껴지곤 하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제도는 '치료를 받을 자격'을 부여하는 문이 됩니다. 스무 살 청년이 값비싼 약을 계속 먹을 수 있는 이유, 학교를 다시 다니겠다는 꿈을 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 약이 완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년간 복용 후 종양이 작아지면 성공이지만, "작아질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는 담담한 표현처럼 결과는 누구도 약속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시 걷는 스무 살에게

새벽빛 하늘 아래 먼 산을 향해 걷는 여행자의 회복과 희망 일러스트

수술 후 그는 아직 똑바로 걷지 못합니다. 줄넘기도, 한 발 서기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완치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행 가고 싶어요. 인도요.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싶어요."

거창한 꿈이 아닙니다. 인도로 배낭여행 한 번, 그리고 졸업장 한 장. 하지만 지금 그에게 이 두 가지는 어떤 성공보다 값진 목표일 겁니다. 몸의 신호를 "기분 탓"이라며 지나쳤던 시간, 원인을 몰라 자신을 의심해야 했던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백한 소원이죠.

우리는 자주 잊습니다. 아침에 지팡이 없이 걷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고, 내 말이 상대에게 명확히 전달되는 것 — 이 모든 일상이 얼마나 정교한 균형 위에 있는지를요. 몸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속삭일 때, "예민한 거야"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기보다 한 번쯤 그 신호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원인을 찾는 첫걸음이 곧 싸움의 시작이 되니까요.

혹시 최근 몸이 보내는 이상한 신호를 애써 무시하고 계시진 않나요. 비슷한 경험 끝에 원인을 발견하고 안도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댓글로 나눠 주세요. 누군가에겐 그 한 문장이, 자신의 몸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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