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인데 아직도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달력을 다시 들여다보고, 일기예보를 새로고침해 봐도 결과는 같습니다. 그런데 이 '지각 장마'가 단순한 늦더위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서 문제는 시작됩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53년 동안 7월에 장마가 시작된 해는 딱 두 번뿐이었습니다. 1982년, 그리고 2021년. 올해가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반세기에 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 최근 5년 사이에 두 번째로 반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언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7월 장마, 왜 53년 만에 세 번째인가
전문가들이 꼽는 공통 원인은 하나로 수렴됩니다. 엘니뇨입니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강한' 엘니뇨입니다. 1982년의 그 여름도, 2021년의 그 여름도, 그리고 지금도 적도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훨씬 높은 상태입니다.
엘니뇨는 "바다가 좀 따뜻해진 것" 정도로 이해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 전체 대기 순환 시스템의 밑그림을 바꾸는 사건입니다. 적도가 뜨거워지면 그곳에서 시작되는 대기의 큰 흐름, 이른바 헤들리 순환이 규모는 작아지면서 강도는 세지는 방향으로 재편됩니다.

문제는 이 재편이 한반도 여름을 좌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를 바꿔놓는다는 점입니다. 평년이라면 여름 초입에 서서히 북상해 장마전선을 밀어올려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남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장마전선이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남쪽 바다 위에서 서성이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장마가 시작될까요? 전문가들은 "7월 중순 어디쯤"이라고 조심스레 답합니다. '조심스럽다'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1982년과 지금은 지구온난화의 진행 정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그대로 대입한 예측이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7월 장마'라 부르지만, 그때의 장마와 지금의 장마는 이미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뜸하다가 한 번에 쏟아진다 — 극한 호우의 역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가 계속 목격해 온 장면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잠잠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몇 시간 만에 도로가 강이 되고 지하가 잠기는 극한 호우. 이 현상 뒤에는 조금 역설적인 과학적 원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의외로, 지구온난화는 대기 자체를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류 현상, 즉 공기가 쉽게 위로 솟구쳐 비를 뿌리는 조건이 오히려 억제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대기 중 수증기량은 계속 늘어납니다. 뜨거워진 공기가 더 많은 물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억눌린 스프링에 물이 잔뜩 채워진 상태를 떠올려 봅시다. 평소엔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눌림이 풀리는 순간, 안에 축적된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지금의 대기가 딱 그렇습니다. 비가 자주 오지는 않지만, 한번 시작되면 강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집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지점을 분명하게 짚습니다. "빈도가 늘어난다는 증거는 없다. 강도가 세진다는 것"입니다. 강수 총량이 급증하는 게 아니라, 같은 양의 비가 훨씬 짧은 시간에 훨씬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홍수도, 가뭄도, 태풍도 마찬가지입니다. 엘니뇨가 강한 해일수록 이 '몰빵형' 재해의 강도가 뚜렷하게 올라갑니다.
유럽 40도 폭염과 한국 — 같은 뿌리의 다른 얼굴

지금 유럽은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 폭염과 씨름 중입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온열질환 사망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저긴 저기 문제고, 우리는 우리대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럽의 폭염과 한반도의 무더위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두 갈래 가지입니다.
그 뿌리는 북극입니다.
지구가 더워질 때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두세 배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습니다. 원래 얼음과 냉기의 저장고여야 할 곳이 따뜻해지면, 중위도 상공을 흐르는 편서풍, 흔히 제트기류라 부르는 흐름이 약해집니다. 지구 자전과 남북 온도 차가 만들어 낸 이 강한 바람이 느슨해지면, 대륙과 해양의 열이 뒤섞이는 방식이 바뀌고 남쪽 뜨거운 공기가 북쪽으로 밀고 올라오기 쉬워집니다.
유럽 남쪽에는 사하라 사막이 있습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진 틈을 타 그 열기가 유럽 상공까지 밀려 올라가면서 40도 폭염이 만들어집니다. 한반도의 상황도 구조적으로는 같습니다. 우리 남쪽에는 베트남과 동남아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나 대륙성 저기압이 강해질 때, 이 습한 열기가 아래에서 위로 밀려 올라와 우리 여름의 성격을 바꿔놓습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기보다, 북극이 따뜻해진다는 사실 자체가 중위도 전체를 흔든다는 것. 유럽의 폭염 뉴스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이제 '기상특보'를 다시 봐야 할 때

한 기후 전문가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좀 더워봐야 얼마나 덥겠냐. 지금은 그런 상식이 넘어선 시기입니다."
우리는 각자 경험한 여름의 감각으로 다가올 여름을 가늠합니다. 작년에 견딜 만했으니 올해도 그러려니, 지금까지 그럭저럭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러려니. 그러나 지구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허용해 왔던 '상식적 범위'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대비를 얘기하려면 사실은 겨울에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름의 폭염과 호우를 앞두고 부랴부랴 논의를 시작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늦다는 것입니다. 폭염 그늘막, 배수시설 정비, 취약계층 대응 매뉴얼 같은 것들이 여름이 아닌 겨울의 시선으로 준비되어야 할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북극항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얼음이 녹은 자리에 새로운 뱃길이 열려 물류 혁명이 온다는 기대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얼어 있어야 할 것이 얼어 있지 못한다'는 위기가 있습니다. 새 항로의 청사진과 무너지는 기후 시스템의 진단은 동전의 앞뒷면입니다.

기상특보와 경보 문자를 무심히 넘겨온 습관을 돌아봅니다. 예전엔 "설마"가 통했지만, 지금은 그 "설마"가 자꾸만 현실이 되어 돌아옵니다. 창밖 하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소한 감각을, 이제는 조금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올여름 기상특보가 울릴 때 당신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댓글로 여름 준비 꿀팁을 나눠주세요.